천안 감성여행

“성환 배의 진미를 느끼러 갑니다”

제20회 성환 배 축제

"몸이 으슬으슬해."

- 감기 아니야? 열나는데?

큰언니가 감기에 걸렸다.

어릴 적 작은언니와 내가 감기에 걸릴 때면 출근하느라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서 큰언니는 우리에게 ‘배숙’을 해주곤 했다.

이번엔 우리가 해줄게. 마침 배가 가장 맛도 영양도 좋을 때야.

세상에서 가장 좋은 배를 구하러 작은언니와 함께 성환 배 축제를 찾았다.

축제가 한창인 남서울대학교는 주차할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었다. 꿀을 찾아 모여든 벌떼처럼 달콤한 배를 찾아 전국의 수많은 사람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성환 배 축제는 '배사랑, 농업 사랑, 천안 사랑'을 주제로 벌써 20년째 이어져 오는 전통 있는 축제이다.

배 품평회와 전시회가 함께 열렸다. 일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금처럼 빛나는 각 농장의 역작들이 모여 자신을 뽐낸다.

성환 배는 큰 일교차로 인해 당도가 높을 뿐 아니라 육질이 부드럽고 과즙이 매우 풍부하다.

성환 배는 1986년에 국내 최초로 해외 수출이 되었는데, 지금은 미국 등 14개국으로 수출하며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이러니 '배' 하면 곧 '성환'을 떠올리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시식코너에서 달콤한 배가 끊임없이 썰어져 나온다. 배 축제이니만큼 배는 실컷 맛보이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부드럽게 씹히더니 입안 가득 터지는 과즙으로 꼭 주스를 먹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축제장에서는 배 비누 만들기 등의 체험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배도 실컷 맛보고, 다양한 체험도 즐기니 축제의 재미가 배가 된다.

전날 회식으로 숙취가 있다던 작은언니의 눈이 빛난다. 물을 아무리 마셔도 사라지지 않던 갈증도 함께 해결되었다.

배는 감기 예방뿐만 아니라 숙취 해소, 갈증 해소, 변비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이러니 면역력이 걱정되는 가을이면 집에 꼭 배가 있어야 한다.

오후가 되면서 소박한 마을 축제의 행사들이 더욱 열기를 띤다. 어느 축제마다 있지만 언제 봐도 지겹지 않은 노래자랑은 축제의 흥을 책임진다.

충남 지역 태권도 대회에서 우승한 어린이 태권도 팀이 품세, 겨루기, 격파 등의 시범을 보인다.

어린 친구들의 우렁찬 기합 소리에 놀라고, 강하고 짜릿한 발차기에 다시 놀란다.

풍물놀이 등 각종 축하공연이 이어지고, 우리는 모두 즐겁다.

봄에는 새하얀 꽃으로 마치 구름 위처럼 아름다운 꽃밭을 이루더니, 가을에는 입이 달콤한 잔치가 열린다. 혼자 느끼기 아까운 이 아름다움과 달콤함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작은언니와 내가 아플 때면 걱정스러운 눈으로 배숙을 만들던 큰언니 때문인지, 배는 나에게 의젓한 과일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번에는 우리가 큰언니를 의젓하게 지켜줘야지.

가족 좋다는 게 이런 건가 보다. 올 가을도 배로 인해 우리 사이는 여전히 돈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