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 걸을 때는 따스한 햇살에 땀이 맺혀도, 이른 아침 한기에 몸을 움츠리는 모습에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짧은 가을을 맞이하려 광덕산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700m에서 단 1m 모자란 높이의 산이죠, 산세는 천안시 광덕면과 아산시 송악면에 그 자락을 펼치고 있답니다.
일주문을 지나 사찰 입구를 흐르는 작은 개울을 건너 대웅전을 올라가는 계단 위에 세워진 보화루 앞에 자리 잡고 있는 높이 18여m의 거대한 호두나무가 위압적인 자세로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광덕사 입구에 ‘유청신선생 호두시배지’라는 돌비석이 세워져 있어서 이곳이 우리나라 호두나무의 최초 재배지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광덕사 호두나무 시배지에 연관되어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720여년전인 1290년(고려 충렬왕 16년) 9월에 영밀공 유청신 중국 원나라에서 충렬왕을 모시고 돌아올 때 호두나무의 어린 나무와 열매를 가져와 어린 나무는 광덕사 안에 심고, 열매는 유청신 선생의 고향집 뜰 앞에 심었다고 전해오고 있습니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상사(上寺)마을은 지역 내 전통사찰 광덕사가 있어 사하촌(寺下村)으로 형성된 곳입니다.
상사마을 주변에서 봄나물의 대명사 취나물 꽃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들국화를 닮아서 처음 보는 사람들은 들국화로 오해하는데요, 특유의 향기를 맡아보면 취나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9월 말, 10월 중순까지 꽃을 피워내어 일찍 핀 꽃들은 씨앗이 여물어가고 있었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이에게 가을이 반가운 이유는 국화꽃 때문일 것입니다. 국화꽃은 가을꽃 의 대표적인 꽃이며 예로부터 우리 민족과 친숙한 향기가 높은 꽃입니다.
천안 ‘광덕산’. 이 산은 말 그대로 ‘넓은 덕이 있는 산’이라는 뜻으로, 광덕산에는 소담하고 아름다운 안양암과 광덕사 등이 있습니다. 사찰을 올라가는 길목에 구절초가 활짝 피어 있습니다.
구절초의 꽃말은 순수,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합니다. 옛 이야기에 따르면 옥황상제를 보필하던 선녀가 죄를 짓고 내려와 가난한 시인과 결혼을 하여 행복하게 지내던 중 고을 사또가 아름다운 선녀를 뺏기 위해 시인과 겨루기를 해서 시인이 사또를 모두 이기니 화가 난 사또는 선녀를 옥에 가두고 협박과 회유로 유혹을 하였으나 선녀는 절개를 지켰고 이일이 의금부에 알려져 선녀는 풀려났지만 시름시름 앓다 죽고, 아내를 따라 남편 또한 슬픔을 못 이기고 따라서 죽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 이듬해부터 집주변에는 가을이 오면 하얀 구절초가 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에는 구절초는 음력 9월 9일이면 아홉개의 마디가 되다해서 구절초라 합니다. 꽃과 줄기를 잘라 부인병 치료와 예방을 위해 약재로 썼다 하여 구절초라고 합니다. 자궁의 수축을 도와주며 월경불순, 생리통, 대하증등 각종 여성질환에 좋다고 합니다.
의약품이 발달하지 않은 예전에는 상처가 났을 때 구절초를 짓찧어 상처 부위에 발랐다고 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구절초꽃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그윽한 꽃향기 맡으며 가을 속으로 흠뻑 빠져보았답니다.
광덕산 아래로 흐르는 광덕 계곡은 물이 맑고 투명하기로 유명합니다. 계곡 옆 소나무 향을 맡으며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 일주일 동안 고되고 힘들었던 마음이 정돈되며 상쾌해질 것입니다.
광덕산에서는 가을이 하루하루 더 깊이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조용히 생각에 잠길 수 있고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즐거움까지 줄 수 있는 천안의 광덕산으로 여행은 떠나보면 어떨까요? |
